강호동 농협회장 “농작물재해보험 보상률 높일 방안 적극 건의할 것”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8일 전남 장성에서 농·축협 현장경영을 진행하며 사과 작황과 산지 유통시설 전반을 점검했다. 이날 강 회장은 장성 삼계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사과 재배농가를 차례로 찾은 자리에서 “올해 전남·경북 등 지역에서 봄철 저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사과 착과가 정상적으로 안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며 “연중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기준을 개선하는 등 농정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장성군 삼계면·삼서면·북하면의 사과농가들은 열매가 정상적으로 맺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화기 잦은 강우와 일조량 부족 탓이다. 강 회장과 농협 산지유통 관계자들이 찾은 이승강씨(52·삼계면 신기리) 농장은 착과량이 정상 수준의 30%에 그쳤다. 이씨는 “지난해 이상저온과 탄저병 등으로 생산량이 2022년의 30% 수준으로 감소했는데 올해 착과량은 그보다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2년 연속 피해를 봤는데 농작물재해보험의 자기부담률도 높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 회장은 “올해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 피해를 본 농가에게서 농작물재해보험의 실효성을 높여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보험의 자기부담률은 낮추고 보상률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강 회장은 장성축산농협·장성농협·삼서농협·황룡농협·남면농협·진원농협 등도 찾아 당면한 현안을 청취했다. 장성=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양곡관리법’ 등 쟁점 농업법안 앞날은?
29일 21대 국회가 문을 닫는다. 5월 임시국회의 남은 한차례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쟁점 농업법안이 처리될지 농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4개 쟁점 농업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에 다다른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4월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 제정안’ 등의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본회의 직회부 요구가 나온 법안은 상임위에서 요구된 날로부터 30일이 지난 이후 첫 본회의에서 부의 여부를 무기명으로 투표한다. 야당이 21대 국회가 폐원하는 29일 전 본회의를 한차례 추진하는 가운데, 이때 농업법안의 부의 여부가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같은 날 ‘의사일정 변경’ 등의 방법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본회의가 21대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여서다. 현재 국회 의석구조상 야당이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하고 바로 처리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농업계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쟁점 해소에 머리를 맞대달라고 주문하지만 협상은 난망하다. ‘해병대원 특검법’ 등을 두고 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데다 농업법안에 대해선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양보하기 어렵다는 태세다. 7일 농해수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쟁점 농업법안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을 두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대로라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법안은 국회로 돌아오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것이라는 게 국회 안팎의 분석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전임 국회에서 처리한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차기 국회에서 재표결한 건 전례도 없고 이에 관한 명쾌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법안을 정부로 이송한 주체(21대 국회)와 되돌려받는 주체(22대 국회)가 달라 재표결 없이 자동 폐기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까지 9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 중 1호 거부권을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썼다. 이처럼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다른 농업법안의 국회 처리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대표적인 게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정부와 여당 주도로 발의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이들 법안에는 야당도 이견이 크지 않다. 다만 21대 국회 막판 법사위에 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른바 ‘민생 법안’이 쌓이는 가운데, 두 법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고 폐기되는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을 우선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
“도매법인 지정취소, 명확한 경영관리 평가기준 마련해야”
정부가 농산물 유통구조에 메스를 들었다. 복잡한 도매시장 유통과정과 과다한 유통마진 등이 고물가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면서 농산물 유통구조를 국민 눈높이에서 개선해 유통비용을 10% 이상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 방침은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에 담겼다. 이 가운데 현장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쟁점 7가지를 뽑아 바람직한 추진 방향을 짚어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도매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으로 도매법인 지정취소 카드를 꺼냈다. 지정기간(5∼10년) 내라도 평가가 부진한 도매법인은 지정취소를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 개설자(지방자치단체)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시행규칙’에 따라 도매법인의 지정취소를 할 수 있다. 법인의 경영관리에 관한 평가가 ‘2년 연속’ 또는 ‘지정기간에 3회 이상’ 부진할 때다. 재무 건전성이 미흡할 때도 지정취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는 임의 규정이라 강제성이 없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임의 규정을 강제 규정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매법인 지정취소와 관련한 시행규칙을 손질하고 이를 규정한 법규를 시행규칙에서 법률로 상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규 개정 작업은 올해 안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도매법인들은 동요한다. 정부가 지정기간 내 퇴출 방침을 분명히 한 만큼 앞으로 법인 경영관리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지금껏 도매법인이 지정기간 내 퇴출당한 일이 거의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찻잔 속의 태풍’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식품부에 따르면 1976년 ‘농안법’ 제정 이후 40여년 동안 지정취소한 도매법인은 단 6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정부방침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신규 도매법인이 시장에 유동적으로 들어온다 해도 서비스 경쟁이 더 치열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도매법인 지정취소가 현실화할 때 법적 공방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하농가를 보호할 방안도 미리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태윤 경남 합천동부농협 조합장은 “도매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그 과정에서 (법인 지정취소로) 출하 대금 미지급 사태 등 농민 피해가 일어나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vivid@nongmin.com
[양도세 체크포인트] 방치된 시골집, 다른 주택 양도 전에 철거해야 비과세
토지나 건물·분양권 등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양도해 이익이 발생하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지난해 부동산 등을 팔고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2회 이상 양도하고 예정신고는 했지만 소득금액을 합산해 신고하지 않은 납세자는 이달말까지 양도소득세 확정신고를 하고 납부를 완료해야 한다. 양도소득세 관련 법령은 자주 바뀌고 계산이 복잡해 꼼꼼히 따져봐야만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국세청은 최근 ‘국세청이 알려주는 양도소득세 실수톡톡’ 자료를 두차례에 걸쳐 발표하고 양도 전 체크리스트와 절세 방법 등을 안내했다. 특히 납세자들이 혼동하기 쉬운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의 실수 사례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주택 상속 후 취득한 일반 주택 양도 땐 비과세 특례 못 받아=장모씨는 2017년 1월 부친의 사망으로 A주택을 상속받은 후 2020년 1월 B주택을 취득해 보유하다가 2023년 7월 B주택을 양도했다. 장씨는 상속 주택이 주택수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B주택을 양도한 후 비과세로 신고했으나 상속개시일 이후 취득·양도한 B주택은 상속 주택 특례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비과세를 적용받지 못했다. 상속 주택 특례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가 상속으로 주택을 취득해 2주택이 된 경우, 상속개시일 전에 보유하던 일반 주택을 양도했을 때는 상속 주택 없이 1개 주택만 소유한 것으로 간주해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한다. 하지만 장씨처럼 상속개시일 전에 보유했던 것이 아닌, 상속 이후 취득한 일반 주택을 양도할 경우에는 상속 주택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다. 다만 농어촌주택을 상속받은 경우에는 상속개시 당시 보유한 주택이 아니어도 일반 주택을 양도할 때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이 가능하다. 농어촌 상속주택이란 피상속인이 취득 후 5년 이상 거주하고 상속한 주택인 동시에 비수도권 읍·면 지역에 있는 주택을 뜻한다. 농어촌 상속주택을 받은 경우 상속인이 일반 주택을 계속해 취득·양도하더라도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사람 살지 않는 시골 주택도 주택수 포함=시골에 방치된 주택이 하나 있었던 김모씨는 2018년 1월 서울에 있는 B주택을 6억원에 취득하고 2023년 11월 12억원에 팔았다. 시골에 방치된 주택은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잘못 알았던 김씨는 1세대 1주택 비과세 신고를 했으나 시골 주택도 주택수에 포함돼 비과세를 적용받지 못했다. 이처럼 시골에 방치된 주택이라 할지라도 주거로서 기능이 유지돼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에 해당하면 주택수에 포함된다. 국세청은 “‘소득세법’에서는 주택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장기간 공가 상태로 방치해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공부(公簿)상 주택에 해당하면 주택수에 포함한다”며 “시골에 방치한 주택은 다른 주택을 양도하기 전에 철거해 멸실하는 경우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농어촌주택 특례에 따라 1세대가 1개의 농어촌주택을 취득해 3년 이상 보유하고, 해당 농어촌주택 취득 전에 보유하던 일반 주택을 양도할 때는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이 가능하다. 세법상 농어촌주택은 수도권(경기 연천, 인천 옹진·강화 제외)과 규제 지역(조정대상지역),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도시 등을 제외한 지역으로, 읍·면 또는 인구 20만명 이하의 시 지역에 속하고 동 지역에 있는 3억원 이하의 주택(한옥은 4억원)을 의미한다.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특례…요건 충족했나=국세청은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특례 요건 가운데 신규 주택 취득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비과세를 적용받지 못한 사례도 안내했다. 1세대 1주택자가 다른 주택을 취득하거나 상속, 동거 봉양, 혼인 등으로 2주택을 보유하는 경우 일시적 2주택 상황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는다. 다만 종전 주택의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뿐만 아니라 신규 주택 취득 요건과 종전 주택 양도 요건 등의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비과세 특례를 받을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종전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하고, 취득 당시 조정대상지역이면 2년 이상 거주해야만 ‘종전 주택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이 적용된다. 특히 1세대 1주택자가 신규 주택을 취득한 경우 종전 주택을 취득한 날부터 1년 이상이 지난 후 신규 주택을 취득하고, 신규 주택을 취득한 날부터 3년 이내에 종전 주택을 양도해야만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특례가 적용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특례는 요건에서 정한 기한을 충족해야 하고, 그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비과세를 적용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신규 주택을 취득하기 전부터 미리 계획을 세우고, 계획한 일정에 따라 주택을 취득·양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소임 기자 sichoi@nongmin.com
K-밥상 60년, 주린 배 채우던 시절 지나 맛·건강 챙기는 시대로
일제강점·한국전쟁·산업화 등 굴곡진 역사만큼 우리 밥상도 시대별로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쌀밥 한그릇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이었던 시절은 잊히고 밥상에서 미식과 건강을 좇는 시대가 도래했다. 광복 이후 시대에 따른 밥상의 변화를 짚고, 우리 농업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시대별 밥상 변천사=일제강점기 자행된 식량 수탈에 이어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식량 부족은 일상이었다. 일제는 군량미 조달을 위해 국내에서 생산된 쌀을 공출해갔다. 광복 이후 일어난 한국전쟁으로 농업 생산기반이 파괴되면서 식생활은 더욱 궁핍해졌다. 서민 가정에서 쌀밥을 구경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보리밥이나 감자·옥수수 등으로 배를 채웠다. 1956년부터 1964년까지 미국에서 50만t이 넘는 밀·보리·쌀 등 곡물이 들어와 우리 식탁에 올라왔다. 이는 국민 300만명 이상이 1년간 소비할 수 있는 양으로 전후 식량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됐다. 1960년대 역시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했던 시기였다. 전후 복구, 자연재해 등으로 곡물 생산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정부는 대안으로 ‘혼분식 장려’를 들고나왔다. 1964년 정부는 양곡소비절약지침을 통해 절미운동을 전개했고, 1969년에는 무미일(無米日·쌀을 먹지 않는 날)을 지정해 운영하기도 했다. 주류 제조를 제한하고, 잡곡과 밀가루 소비를 장려했다. 쌀 소비를 줄이고, 미국에서 들여온 밀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쌀·보리밥과 채소를 주식으로 먹던 국민들은 이 시기 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빵·국수·수제비 등을 많이 먹게 됐다. 1963년에 국내 최초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이 생산되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1970년대 정부의 증산 계획에 따라 ‘통일벼’ 등 다수확 품종이 개발되면서, 쌀 생산량은 1971년 399만8000t에서 1976년 521만5000t으로 증가했다. 생산량 증대에 따라 정부는 쌀 소비억제정책을 완화했다. 1977년부터는 다시 쌀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제조를 허용했으며, 혼식을 강제하던 정책을 권고 정도로 기준을 낮췄다. 1969년 124.5㎏이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1979년 135.6㎏으로 늘어나 정점을 찍었다. 산업화로 경제가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1980년대 이후 국민 식생활은 큰 변화를 보였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는 서구식 식습관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곡류 소비는 줄어들고, 육류 등 동물성 식품과 과일 소비가 늘어났다. 1970년 5.2㎏에 불과하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90년 19.9㎏까지 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30㎏대로 올라선 뒤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과일 소비량은 1980년 22.3㎏에서 1990년 50㎏대까지 늘었고, 2007년 67.9㎏으로 정점을 찍었다. ◆쌀보다 고기를 많이 먹는 시대=산업화를 거치며 우리 밥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쌀 소비 감소와 육류 소비 증가를 꼽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반면, 1인당 육류 소비량은 60.6㎏으로 쌀 소비량을 웃돌았다. 2022년 처음으로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쌀을 앞질렀는데, 1년 만에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1인당 육류 소비량 가운데 돼지고기가 30.1㎏으로 가장 많이 소비됐다. 닭고기(15.7㎏)와 쇠고기(14.8㎏)가 그 뒤를 이었다. 소비자들의 선호에 힘입어 축산업생산액 증가율은 전체 농업생산액 증가율을 앞질렀다. 통계청의 ‘통계로 본 축산업 구조’에 따르면 1965∼2018년 농업생산액이 연평균 9.6% 증가한 데 비해 축산업생산액은 연평균 12.2% 증가했다. 축산농가 소득증가율도 전체 농가소득과 비교해 큰 증가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1993년부터 2019년까지 농가소득은 연평균 3.5%, 축산농가소득은 연평균 4.4%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육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축산업이 성장했지만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해외 육류 수입의 증가 ▲축산업에 관한 부정적 인식 ▲육류 부위별 수급 불균형 등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생산을 늘려 쌀 수급 불균형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원조에서 비롯한 밀 중심 식문화=국내 1인당 밀 소비량은 2020년 기준 31.2㎏으로 곡류 중 쌀 다음을 차지한다. 쌀과 보리를 주식으로 삼던 우리나라의 밀 소비가 늘어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1950년대 미국의 원조에서 찾을 수 있다. 1955년 5월 한미잉여농산물협정이 체결되면서 밀을 비롯한 미국산 잉여농산물이 국내로 들어왔다. 당시 미국에서 들어온 곡물은 국내 곡물 생산량의 14%를 차지했고, 그중 밀이 70%였다. 가격도 쌀의 6분의 1 수준이어서 많은 사람이 쌀 대신 밀을 찾았다. 정부도 밀 소비를 장려했다. 밀은 쌀 다음 많이 먹는 곡물이지만 오늘날 사료용을 포함한 국내 자급률은 1%가 되지 않는다. 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값싼 미국산 밀가루가 들어오면서 우리밀 생산기반이 무너졌다는 평가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밀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된다. 정부는 2020년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밀 자급률을 2025년 5%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생산기반이 취약하고 우리밀 수요가 적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밀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수립 연구’에서 “일반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에 관한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져야 비로소 국산 밀의 자급률이 올라가며, 앞으로도 소비자 접근성 확대가 정책으로 구체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소임 기자 sichoi@nongmin.com
외국산 먹거리, 국산보다 값 싸지만 건강·환경엔 악영향
외국산 먹거리 소비가 늘면서 한국인의 밥상은 한끼만 차려도 어마어마한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적립하고 있다. 탄소 발자국을 찍으며 바다를 건넌 수입 식품이 농산물·축산물·가공식품 등 가릴 것 없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 때문이다. 푸드 마일리지는 식품이 생산·운송·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식품이 이동한 거리(㎞)에 운반한 식품의 무게(t)를 곱해 구한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012년 곡물·우량종자·축산물·수산물 등 9개 품목에 관해 한국·일본·영국·프랑스의 ‘푸드 마일리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했다. 한국의 1인당 푸드 마일리지는 7085t·㎞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739t·㎞를 기록한 프랑스보다는 10배 높다. 식량자급률·기후·음식 등이 비슷한 일본은 5484t·㎞에 그쳤다. 한국의 푸드 마일리지가 다른 국가보다 유독 큰 까닭으로 수입 식품의 확대가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집계에 따르면 농축산식품 수입은 2004년 112억2000만달러에서 2023년 302억2100만달러로 증가했다. 20년 동안 칠레·미국·호주·캐나다·중국 등 59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21건에 따라 확대된 농산물시장 개방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산식품 수입량 가운데 FTA 체결국의 비중은 83.3%에 달했다. 먼 지역에서 운반되는 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푸드 마일리지가 커지는 것이다. 실제 국산과 FTA 체결국에서 수입한 외국산의 푸드 마일리지를 비교해보면 횡성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는 약 75배 차이가 난다. 환경교육포털의 집계를 보면 쇠고기 10t 기준 횡성 한우의 푸드 마일리지는 1110t·㎞, 호주산 쇠고기는 8만3000t·㎞다. 바나나의 경우 제주도산이 4640t·㎞인 반면 필리핀산은 6배 높은 2만8220t·㎞로 추정됐다. 국산이 외국산에 쉽게 대체되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 탓이 크다. 하지만 조금 더 저렴하게 먹은 수입 농산물로 인해 환경오염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수입 농산물 소비가 많으면 식품 보존에 따른 건강문제도 야기하겠지만 에너지·기후위기 부문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정 범위 내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역농산물 소비가 지구와 인간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리 기자 glass@nongmin.com